김종학
조회 2초록으로 팽팽하게 솟구치던 여름의 소란을 내려놓고
나뭇잎이 가만히 가지 끝을 놓아주는 것은
결코 무너짐이나 빼앗김이 아닙니다.
그것은 지나간 계절의 수고를 긍정하고
마땅히 비워내야 할 순간을 알아채는 찰나의 눈부신 용기입니다.
"붉게 물들어 떨어지는 잎새는 나무의 끝이 아니라
무성했던 기억을 흙으로 돌려보내며 올릴 깊은 숨 고르기다."
가장 화려했던 옷을 스스로 벗어 던질 때
나무는 겉으로 드러난 무성함 대신
겨울의 혹한을 뚫고 나갈 단단하고 서늘한
나이테를 가슴 한가운데 새겨 넣습니다.
지금 당신의 삶에 찾아온 쓸쓸함과 내려놓음
역시 손실이 아닙니다.
마침내 더 깊은 삶을 품어 안으려는
당신 영혼이 가을처럼 깊어지고 있다는
가장 다정한 약속이자 숭고한 훈장입니다.
댓글 0
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.
첫 댓글을 남겨보세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