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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움과 품어 안음

김종학 · 2026.09.03.오전 10:28

김종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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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록으로 팽팽하게 솟구치던 여름의 소란을 내려놓고 나뭇잎이 가만히 가지 끝을 놓아주는 것은 결코 무너짐이나 빼앗김이 아닙니다. 그것은 지나간 계절의 수고를 긍정하고 마땅히 비워내야 할 순간을 알아채는 찰나의 눈부신 용기입니다. "붉게 물들어 떨어지는 잎새는 나무의 끝이 아니라 무성했던 기억을 흙으로 돌려보내며 올릴 깊은 숨 고르기다." 가장 화려했던 옷을 스스로 벗어 던질 때 나무는 겉으로 드러난 무성함 대신 겨울의 혹한을 뚫고 나갈 단단하고 서늘한 나이테를 가슴 한가운데 새겨 넣습니다. 지금 당신의 삶에 찾아온 쓸쓸함과 내려놓음 역시 손실이 아닙니다. 마침내 더 깊은 삶을 품어 안으려는 당신 영혼이 가을처럼 깊어지고 있다는 가장 다정한 약속이자 숭고한 훈장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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